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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보고서 상세내용
제목 복수노조 환경하의 노동운동과 정책과제
저자 최영기 과제분류 정책연구과제
발행월 2010-12 보고서번호 2010-48
판매유무 원문 PDF
국문요약 HWP 외국어 요약
보도자료 인포그래픽스
이 연구의 목적은 복수노조와 전임자 제도의 개선으로 예상되는 노사관계와 노동운동의 변화에 대하여 분석하고 전망하는 것이다. 일차적인 관심은 새 제도가 기업 현장에서 잘 받아들여질 것인가이다. 그리고 중장기적으로 새 제도로 야기될 노사관계 변화에 대하여 추론해 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이 과제의 문제의식이다.
노사관계 차원의 변화를 추정하는 방법으로는 첫째 기업현장 노사전문가들에 대한 의견조사를 실시하는 것과 둘째 외국 유사 복수노조 운영사례를 분석하여 한국에의 시사점을 추출하는 방법 그리고 마지막으로 국내에 이미 존재하는 복수노조 병존 사업장의 사례를 조사하여 일반화시켜 보는 방법을 시도했다. 이 밖에도 노동조합과 노동운동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와 매우 제한적인 노동자 의식조사가 진행되었다. 이 조사는 복수노조와 전임자 제도개선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노사관계 전반에 관한 것이어서 2부에 별도로 분석결과를 수록했다. 이 외에도 새 제도 이후의 전망에 대하여 진행된 노동조합 지도자들과의 인터뷰 결과를 보완적으로 활용하였다.
전임자 복수노조 제도개선은 노사관계 분야의 ‘87년 체제가 끝났다는 역사적 상징성을 갖고 있다. 새 제도들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수정 보완되어 서서히 자리 잡아갈 것이며 그 과정에서 노사관계와 노동운동도 질적인 전환을 거치게 될 것이다. 새 제도의 시행과정에서 나타나는 크고 작은 제도의 불비나 부실의 문제가 불거져 나올 것이고 이를 둘러싼 갈등도 예상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제도의 근간이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제도 도입 이전에 가졌던 우려에 비하여 새 제도는 비교적 순탄하게 정착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동안 재계의 복수노조에 대한 공포와 노동계의 전임자 무급화에 대한 두려움에는 어느 정도 거품이 끼여 있었다. 13년을 미뤄오면서 쌓아왔던 새 제도에 대한 가상의 위험들(imagined risks)도 이제 현실의 검증을 받게 되었다. 전임자 무급화는 시행 6개월을 맞았고 복수노조 시행은 6개월을 앞두고 있기는 하지만 새 제도의 도입에 대한 두려움은 상당부분 과장되었거나 근거가 약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새 제도들은 특히 노동조합의 개혁을 촉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임자 제도의 개혁도 노동조합의 힘을 빼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노동조합을 바르게 운영하여 사회의 책임 있는 주체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이번 전임자제도 개혁을 계기로 노사는 새로운 노동조합 운영방식과 노사관계 질서를 개척하는 데에 힘을 쏟아야 한다. 특히 노동조합은 이를 계기로 노조운영의 합리화와 회계의 투명성 제고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봐야 한다. 행사와 집회 위주의 사업방식에서 과감히 탈피하여 지식과 정보, 교육과 홍보, 조직 확대 등에 더 많은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 ‘87년 이후 노동조합운동이 물리적 힘과 물량 공세에 의존하는 방식이었다면, 앞으로는 충분히 알고 요구하고 설득하는, 소프트 파워를 구사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훨씬 스마트한 노동조합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집행부 임기와 무관한 그야말로 전문가로 구성된 “전임 간부진”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
기존 노동조합 집행부의 태만이나 독선을 바로 잡는 데에도 복수노조는 좋은 견제장치가 된다. 운동노선에 대한 경쟁과 조합원 서비스에 대한 노조 간 경쟁도 가능하게 됨으로써 노동조합이 좀 더 조합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될 것이다. 이제 노동자들의 구성도 다양화 됐고 요구도 총천연색이다. 복수노조의 출현으로 노사관계가 “쟁취교섭”으로 갈지 “양보교섭”으로 갈지를 가르는 흑백시대의 관점이 아니라 “컬러시대”에 맞게 복수노조가 운영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대중동원력이 중시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요구와 세력을 하나로 묶어내는 연합의 능력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이 같은 관점에서 소수노조가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여지도 많다. 집행부 선거에서의 연합이나 교섭권 확보를 위한 연합 등에서 자기들의 요구를 내걸고 타협을 시도할 수도 있다.
복수노조 전임자 제도개선 방안은 집단적 분쟁보다 오히려 노동위원회 판정이나 사법적 판단을 구하는 분쟁이 많아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복수노조에서 조합원 확보와 교섭권 획득을 둘러싼 노조 간 경쟁이나 복수노조에 대한 사용자 측의 차별 대우 그리고 교섭대표노조의 공정성 시비 등 많은 분쟁의 소지를 안고 있다. 특히 사용자 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시비는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국 노사관계는 2011년 7월이면 타임오프제와 복수노조가 동시에 시행되면서 ‘87년 이후 가장 큰 질적 변화를 겪게 될지도 모른다. 20여 년에 걸친 제도정비의 단계를 거쳐 그야말로 한국적인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할 선진화 단계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우리는 무슨 문제가 있을 때 항상 OECD 선진국의 노사관계 제도를 벤치마킹해왔다. 글로벌스탠더드를 찾고 주요국의 경험을 참고하여 제도를 정비해왔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별로 참고할 만한 사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좋은 사례가 있다고 하여 우리에게 꼭 도움이 될 것이란 보장도 없다.
전임자와 복수노조 문제를 풀어 갈 때에도 이제는 외국사례가 아니라 노사와 정부의 전략적 선택이 중요하다. 이미 제도와 형식은 정해진 것이고 주체들(actors)의 의지와 능력, 운영 노하우에 따라 미래의 노사관계는 선진화의 길을 걸을 수도 있고 또 다른 혼란과 갈등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한국 노사관계의 발전 궤적은 적어도 아시아 지역에서는 참고할만한 성공사례일 수 있고, 우리가 조금만 노력하면 아시아적 모델로 체계화할 수도 있다. 한국은 다른 아시아 국가와 달리 밑으로부터의 정치 민주화와 자주적인 노동조합운동에 의한 산업민주화에도 성공했다. 그동안 대부분의 노사제도 개혁과 근로시간 단축과 같은 중요한 사안마다 충분한 사회적 협의를 통해 노사정 간의 공감대를 만들어 왔다. 이러한 전통은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노사정 간의 대타협과 노사정위원회라는 사회적 대화 기구의 제도화를 가능하게 했다. 아시아적 관점에서 보면 한국은 많은 후발 개도국에게 경제발전의 모델만이 아니라 노사관계를 비롯한 사회발전의 모델이 될 여러 자격 요건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해도 된다.
전임자와 복수노조의 문제는 한국형 노사관계 선진화의 길로 나가는 데에 있어 마지막 관문에 해당한다. 따라서 한국형 노사관계 만들기라는 비전을 갖고 이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노사정의 의지와 협력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제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노사의 선의와 협력이다. 제도란 항상 잘 지키려는 사람에게는 도움이 되지만 악용하고 편법으로 우회하려고 하는 경우에는 많은 피해와 불필요한 기회비용을 치르게 된다.
사용자로서 기업 측이 어떤 비전과 원칙을 갖고 새 제도를 받아 들이냐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사측이 타임오프제도가 노조 약화나 무노조로 가는 길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가져서도 안 된다. 이는 노사불신을 야기하고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정상적이고 건강한 노사관계의 유지를 위하여 노사가 협력한다는 올바른 노사관이 바탕에 있어야 한다.
정부도 타임오프제도 위반 사례의 적발에만 힘을 쏟을 일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정부는 제도를 만들고 처벌권을 내세워 그 집행을 강제할 수는 있다. 그러나 노사가 제도의 취지를 수용하고 이에 따라 스스로 행동을 바꾸지 않는다면 제도는 겉돌게 된다. 특히 타임오프제도의 경우에는 그 위험이 매우 높다. 행정당국의 제도순응에 대한 노사 감시에는 한계가 있다. 노사가 서로 처벌을 원치 않고 담합적 편법운용을 꾀한다면 새 제도의 정착은 어렵다. 새 제도 정착을 위해서는 노동조합 활동방식의 많은 변화가 요구되기 때문에 이를 지원하는 교육, 홍보 등 다양한 지원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러한 노사정의 공조를 통하여 노사관계는 또 하나의 전환기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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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일 : 2018-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