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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재미있는 지하수 이야기
작성자 이기영 조회수 5831
게시일 2013-12-20 16:16
재미있는 지하수 이야기
이기영 선임연구위원
지하수가 지표수보다 170배 많지만...
   물은 지구상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물질이다. 가장 물이 많은 곳은 바다로 전체 물 중 96.5%를 차지하고 있다. 다음으로 남극과 북극의 빙하이며 1.74%를 차지한다. 세 번째가 지하수로 1.7%이다. 호수와 하천수는 합해도 0.01% 정도이다.
바닷물은 짜고 남극과 북극의 물은 너무 멀리 떨어져 사용할 수 없다. 인간이 실제로 사용하는 물은 호수와 하천수가 대부분이며, 지하수는 부존량의 극히 일부만 사용하고 있다.
   지하수는 점토, 모래, 자갈, 암석 사이에 존재하고 있어서 개략적으로 수량을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지하수 부존량을 약 15,448억㎥로 추정하는데, 학자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고 확인할 방법도 없다. 대륙 지각의 평균 두께가 33㎞이므로 지하수 중 상당량은 남북극의 빙하보다 사용하기 어렵다.
그래서 학계에서는 지하수 부존량은 참고자료로 활용하고 실제로는 경제성과 안정성을 고려한 지하수개발 가능량을 지표로 사용한다.
먹는 샘물은 암반지하수
   지하수는 천층지하수와 암반지하수로 구분된다. 오래전 동네마다 있었던 우물이 천층지하수에 해당된다. 천층지하수는 표층에 있는 지하수로 점토, 모래, 자갈로 구성된 토양 속에 있고 비가 올 때마다 다시 채워진다. 그래서 지하수위는 비의 양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반면 심층에 있는 암반지하수는 오염으로부터 안전하고 광물질을 함유하여 건강에 좋은 물이다. 우리가 마시는 먹는 샘물이 암반지하수다.
그러나 암반지하수는 취수가 쉽지 않아 지하수 개발업자들은 기도하는 심정으로 계약 물량을 달성하려고 노력한다. 100~200m를 굴착하여 취수할 수 있는 물량도 소량이며 일정량을 지속적으로 펌핑하면 물이 갑자기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천층지하수와 달리 비의 양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그래서 인간이 사용하는 대부분의 지하수는 천층지하수이다.
불포화층/지하수위/점토,모래,자갈,풍화암 등으로 구성:천층지하수/화성암,변성암,퇴적암 등:암반지하수
지하수의 나라
   한국과 달리 덴마크나 독일 같은 유럽 여러 나라는 지하수가 주된 취수원이다. 이 나라들은 모래, 자갈로 구성된 지층(대수층)이 20~40m 깊이로 잘 발달되어 있어서 천층지하수를 안정적으로 취수(강변여과수 방식)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대수층이 10m 내외에 불과하며 투수성이 좋은 모래, 자갈층이 빈약하여 취수량이 적다.
   수도권 주민들이 팔당호 수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처럼 독일은 지하수위 유지가 지상과제이다.
그래서 도시개발 사업 추진시 건축물이나 택지지구 설계시 빗물이 최대한 지하로 많이 스며들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하수는 지표수와 달리 양이 충분하지 않아 독일국민들은 세계에서 물을 가장 적게 사용하고 있으며 물값이 가장 비싸다.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1인 1일 물사용량이 130ℓ로 한국의 1/3에 불과하며 물값은 5배 비싸다.
유학시절 독일인 친구가 설거지하는 모습이 지금도 기억이 나는데 수도꼭지를 콸콸 틀어놓고 그릇을 씻는 저자와 비교되었다.
   독일은 팔당호 단일 취수원을 가진 우리의 수도권과 달리 취수원이 여러 곳에 분산되어 있어서 도시가 분산되어 고르게 발달했다.
또한 지하수가 지표수보다 오염원의 영향을 적게 받아 상수원보호구역 설정에 따른 상·하류 간 갈등도 없다.
하천에 배를 띄우고 레저 활동을 할 수 있는 이유도 하천을 취수원으로 활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과 안전사회
   독일 사람들이 물을 조심스럽게 사용하지만 우리는 광역상수도 덕택에 물 걱정하지 않고 생활 및 공업용수를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안전사회 측면에서 보았을 때 독일의 미래 안전도가 더 높다. 독일은 유역내 개발 사업 추진시 설계단계부터 치수, 이수, 환경측면을 고려하므로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체제가 거의 완벽한 수준이고 취수원이 여러 곳에 분산되어 있어서 외부영향에 안정적인 구조이다.
   반면 한국은 천재지변이나 인재 혹은 다른 이유로 팔당댐 중심의 광역수자원 공급체계가 훼손(수질 및 수량사고)되면 수도권 전체가 마비되는 극도의 혼란에 직면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전문가들이 지적하면서 취수원 분산을 주장하고 있으나 여전히 광역상수도의 확대가 중앙정부 수자원 정책의 기본방향이다.
지하수의 도전과 실패
   광역상수도 체제에 도전하려는 지하수의 시도가 두 번 있었다. 첫 번째는 암반 지하수로 먹는 물을 공급해 주겠다는 대구시의 시도였고, 두 번째는 한강변에서 강변여과수로 약 200만㎥/일을 취수하여 팔당호를 대체하겠다는 당찬 도전이었다.
   대구시의 시도는 한국인의 1인 1일 물 사용량이 약 360ℓ인데 실제로 사람 몸속에 들어가는 물은 2ℓ에 불과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했다.
대구 사례 이전에 같은 전제로 물공급체제를 바꾸려는 시도를 먼저 소개하겠다.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한 1998년 식수전용댐 건설을 검토하라는 대통령 지시가 있었다.
팔당호 수질 개선이 어렵고 규제로 인한 상수원보호구역 주민들의 민원이 제기되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수도권 주민들에게 공급할 음용수만을 위한 댐을 건설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시도는 식수전용 목적의 수도관을 새로 설치하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판단을 한 이후 불가 판정을 내렸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사실은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불가능한 시도라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관련 조직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걸러지지 않고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되었다는 사실이다.
후진적 시스템의 전형이었다.
   2004년경 대구시에서 2013년까지 암반지하수 약 250개를 개발하여 대구시민에게 먹는 샘물 수준의 물을 무료로 공급해 주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퇴적암층이 발달된 대구시의 암반지하수 관정 한 곳에서 80㎥/일의 물을 취수하면 40,000명에게 식수를 공급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물은 주민들이 직접 우물에 와서 가져가는 방식을 선택했다. 하지만 이런 시도는 정수기와 먹는 샘물 시장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수도사업자, 정수기 업체, 먹는 샘물 업체의 부정적인 시각 속에서 2013년 현재 대구시에는 23개의 우물만이 개발되어 운영 중에 있으며 사업이 중단된 상태이다.
시설물 배치도 : 음수대, 디스플래이판넬, 관측정, 태양열 집광장치(Sollar cell), 콘트롤박스, 취수정, 유입구, 배출
   지하수의 두 번째 도전은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 제안된 2007년 경 선박 운행을 위해 유럽처럼 강변여과수로 한강변에 약 200만㎥/일을 취수하고 기존의 팔당호 취수지점을 북한강 상류로 옮겨 수도권에 약 800만㎥/일을 공급하여 팔당호를 대체하자는 것이었다.
양수시험 결과 강변여과수로 취수할 수 있는 수량이 많지 않다는 것이 나타나 주장은 철회되었다. 이후 환경부는 2011년 상수원관리규칙을 개정하여 이전에 없었던 강변여과수 개발에 따른 상수원보호구역 규정을 새로 만들었는데 유럽보다 훨씬 엄격하다.
지하수의 두 번째 도전은 지하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전 국민에게 심어 주었고 환경부로부터 치명적인 규제를 받아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만 남겼다.
한 바구니 속의 달걀
   수돗물 값이 싸지만 사람들은 그 이상의 비용을 정수기와 먹는 샘물에 지불하고 있다. 수돗물 음용률이 2% 이하인 현실에서 지하수는 이미 사람들에게 중요한 수자원으로 역할하고 있다. 먹는 샘물 대부분은 암반지하수가 취수원이다.
   화산암 지역인 제주도는 대부분의 강우가 지하로 스며들기 때문에 지하수 함양량이 많아 암반지하수가 다량 존재하는 특이한 곳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먹는 샘물을 안정적으로 취수하여 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생활용수에 대한 지하수 의존율은 90% 이상으로 유럽 수준이다.
   경기도에도 지하수를 주된 취수원으로 하는 곳이 있다. 가평군에 3곳의 취수장이 있는데 모두 강변여과수 형식이다. 하천 전부가 1등급인 경기도 대표 청정지역 가평이 지하수를 이용하는 이유는 상수원보호구역 규제 때문이었다. 취수장 3곳이 2011년 이전에 만들어 졌기 때문에 가평군에 상수원보호구역이 없다. 하지만 2011년 이후 강변여과수 추가 개발시 개정된 법령의 적용을 피하기 어렵다.
   위의 세 가지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지하수는 이미 대체 수자원이 아니라 중요한 수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중앙정부보다는 지방정부에서 필요로 하는 중소규모 수준(10,000~20,000㎥/일)의 물을 공급할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이다.
하지만 다른 분야에서처럼 물 공급도 중앙정부 중심의 집적화된 대규모 단일시스템이 지배하고 있다. 한 바구니에 담긴 달걀들이 위험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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