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방분권과 지방자치를 표방하고 있지만 모든 정책적 구조는 여전히 중앙정부 중심이다. 지방자치단체는 재정자립도가 낮아 중앙정부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어 많은 정책이 중앙정부의 결정에 따라 달라진다. 지역 경제의 지속적인 발전과 활성화를 위한 재원은 한정된 재정으로는 충당될 수 없어 지역 기반의 금융시스템이 필요하지만, 금융 부문은 한국에서 가장 중앙집중화되어 있다. 기존의 지방은행은 전국 은행화되었고 중앙정부 주도의 민간 금융 부문은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적 한계는 갈수록 커지고 있고 지역에서 금융적 수요는 높아지는 상황에서 지역경제의 발전과 성장을 위한 시장 기반의 재원 조달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더욱이 민간 금융시장을 이용하기가 어려운 금융소외계층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공적 관점에서의 금융시스템을 구축할 필요도 있다. 지역경제가 혁신을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금융생태계 모델을 모색하는 것이 시급하다.
지역 금융시스템은 지역성에 기반하는 금융으로 지역 기반의 관계금융을 통해야 발전할 수 있다. 일반적인 전국 기반 상업은행은 수익성을 중심으로 운영되어야 경쟁력을 가지지만 대규모 상업은행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지역 금융은 전국 기반의 상업은행이 할 수 없는 지역 기반 관계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 생존전략이자 성장전략이 될 수 있다.
지역 금융시스템은 지방분권의 확대에 기여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사업의 추진을 위해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이 아니라 지역에 기반한 지역 금융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으면 중앙정부와의 수평적 관계를 정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역 금융시스템의 관계금융적 특성은 지역 소재 중소기업들과 소상공인들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주고 성장사다리의 역할을 하여 지역경제의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한다. 지역 금융시스템이 지역의 고용과 경제 활성화를 지원하는 물적 토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지역 금융시스템의 구축은 글로벌 환경변화에 따른 지역 경제의 구조적 전환과 혁신을 촉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지역 기반 그린뱅크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녹색금융으로 민간 금융기관의 참여를 유도하여 녹색 혁신을 위한 그린 프로젝트와 그린테크를 위한 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공공 R&D에 대한 지역 금융의 지원은 고부가가치의 산업을 발전시키고 지역 산업의 혁신을 촉진할 수 있다. 더욱이 지역 기반형 관계금융은 개방화 시대에 글로벌리스크로 인한 지역경제의 변동 폭을 축소하고 금융서비스의 공백을 보완하여 지역경제의 안정성을 보장하고 금융소외계층을 보호하고 지원할 수 있다.
경기도의 지역 금융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먼저 중앙정부 차원에서 법･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한국형 지역재투자법의 도입이 시급하며 이는 금융기관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현행 지역재투자 평가제도는 형식적이고 실제 지역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도 불분명한 다소 요식적인 평가에 불과하다. 또한 금융서비스를 전국 금융과 지역 금융이 이원화된 형태로 분업을 하고 그에 따라 금융감독 시스템도 이원화하는 것이 타당하다. 금융기관의 사회적 책임 강화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투명하게 ‘공익활동보고서’를 발간하도록 제도화하는 것도 적절한 방안이 될 수 있다. 향후 경기도 정책 방향으로는 지역금융 거버넌스 구축, 지역 금융생태계 조성, 지역 금융 플랫폼 구축, 경기신용보증재단의 기능 확대, 경기도 소재 금융기관의 지역경제 기여도 강화, 지역개발투자청 설립 등을 제안한다.